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화요일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 FTC)의 민주당 소속 위원 두 명을 해임했다. 두 위원 모두 이에 대해 “불법적인 해고”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FTC 위원인 알바로 베도야(Alvaro Bedoya) 는 해임 직후 SNS(구 X)에 “나는 연방거래위원회의 위원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방금 불법적으로 나를 해고했다”며 “이제 대통령은 FTC를 자신의 골프 친구들을 위한 하수인(lapdog)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 다른 해임된 위원 레베카 켈리 슬로터(Rebecca Kelly Slaughter) 역시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명백한 법률 조항과 대법원 판례를 위반하며 나를 불법적으로 해고했다” 고 주장했다. 그녀는 이어 “이유가 뭘까? 내가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내가 미국 국민에게 무엇을 말할지 두려워하고 있다” 라고 덧붙였다.
FTC는 111년 전 설립된 소비자 보호 및 반독점 법 집행 기관이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 FTC는 리나 칸(Lina Khan) 위원장 의 지도 아래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및 크로거의 앨버트슨스 인수 등 대형 반독점 소송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FTC는 5명의 위원으로 구성 되며, 동일 정당 출신이 3명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번 해임으로 공화당이 위원회의 절대 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FTC의 독립성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리나 칸 전 위원장은 해고 조치에 대해 “이는 불법적인 해임 시도이며, FTC의 소비자 보호 기능을 약화시키려는 것” 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녀는 또한 SNS에 “이 해임은 미국 소비자, 노동자, 그리고 정직한 기업들을 착취하는 기업 범죄자들에게 주어진 선물”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독립 기관 개입 논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에도 독립적인 감시 및 규제 기관을 약화시키려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금융소비자보호국(CFPB) 의 기능을 대폭 축소했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도입된 금융 규제를 크게 완화했다.
FTC 해임 조치에 대해 알바로 베도야 위원은 “공화당원이든 민주당원이든, 혹은 워싱턴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이든, FTC는 항상 국민을 위해 일해왔다”고 주장했다.
FTC 위원장인 앤드류 퍼거슨(Andrew Ferguson) 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위원들을 해임할 헌법적 권한이 있으며, 이는 민주적 책임성을 보장하는 데 필요하다” 라고 밝혔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과 민주당 측 인사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FTC의 수장인 리나 칸이 사임한 후 FTC를 재편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다만 이번 해임 조치로 반독점 소송을 진행 중인 FTC가 기술·제약 기업을 견제하는 역할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해임된 베도야 위원은 화요일 기자회견에서 “FTC는 언제나 ‘작은 사람들’을 보호하는 기관이다. 이 기관은 식료품 가격과 의료 비용을 감시해 왔다” 고 강조했다.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고“법원이 반드시 FTC 위원들을 복직시켜야 한다”고 촉구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기업의 횡포로부터 소비자와 노동자를 보호하는 독립적인 FTC 위원들을 불법적으로 해임” 한 것이라며 강한 비판을 가했다.
한편, 백악관 관계자는 이번 해임 조치가 확정되었음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