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텍사스N] 지난 2024 대선당시 오스틴에 위치한 투표소에 유권자가 들어가고 있다.
[Austin] 텍사스주에서 유권자 등록 시 시민권 증명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상정됐다. 텍사스 상원 소식지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휴스(Bryan Hughes) 상원의원이 발의한 이번 법안은 신규 등록자뿐만 아니라 과거 등록 당시 시민권 증명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기존 유권자에게도 적용된다. 법안은 지난 20일(목) 의회 청문회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아직 표결은 진행되지 않았으나 공화당 전원이 지지하고 있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텍사스 상원 국정위원회(Senate State Affairs Committee)가 20일(목) 심의한 상원 법안 16호(SB 16)는 주 및 지방 선거에 참여하려는 유권자가 등록 시 미국 시민권 증명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휴스(Bryan Hughes) 상원의원은 “2021년부터 2024년 사이에 DPS(공공안전국)가 6,500명의 비시민권자를 유권자 명부에서 삭제했다”며, “이 숫자는 등록 절차에 의문을 제기하며, 어떻게 이렇게 많은 비시민권자가 등록할 수 있었는지를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텍사스 법에 따르면, 지방·주·연방 선거에서 투표하려면 반드시 시민권자여야 한다. 하지만 2013년 미 연방대법원은 애리조나주의 유사 법안을 심리한 결과, 연방 선거 등록 시점에 시민권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위헌이지만, 주 및 지방 선거에서는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휴스 의원은 이번 SB 16 법안을 대법원 판례에 부합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법안은 애리조나주에서 시행 중인 시민권 증명제도를 모델로 하고 있으며, 이 제도가 연방 대법원 판결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시민권 증명을 하지 않은 유권자는 미국 하원과 상원 선거에는 투표할 수 있지만, 대통령 선거나 주·지방 선거에는 투표가 제한된다. 단, 선거 후 6일 이내에 시민권 증명을 완료하면 모든 표가 유효 처리된다.
카운티 선거사무소는 주 데이터베이스 등을 활용해 등록 유권자의 시민권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증명이 불가능한 경우 유권자는 우편으로 통보를 받고 제한된 형태로 투표하게 된다.
현행 연방법과 주법 모두 미국 시민권자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으나, 지금까지는 시민권 확인 책임이 주 정부에 있었다. 하지만 이번 상원 법안 16호(SB 16)는 그 책임을 유권자 본인에게 전가하는 구조로 바뀐다.
법안 반대자들은 유권자 사기라는 극히 드문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투표에 불필요한 장벽을 세운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2023년에는 시민권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187명의 유권자 등록이 취소됐는데, 이는 전체 유권자의 0.0001%에 불과하다.
텍사스시민권리프로젝트(Texas Civil Rights Project)의 대니 우드워드(Danny Woodward) 변호사는 이를 “극히 드문 사례”라고 설명하며, 대부분은 시민권 상태 확인 요청에 응답하지 않아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스 의원은 주지사 그레그 에봇 (Greg Abbott)의 “등록된 유권자 중 약 6,500명이 시민권자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법안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에봇 주지사가 강조한 수치는 《ProPublica》, 《Texas Tribune》, 《Votebeat》 공동 보도로 과장된 것으로 드러났고 당시 목록에는 실제 미국 시민권자도 포함돼 있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선거 접근성 옹호 단체인 VoteRiders의 휴스턴 지역 국장 제시카 훌렛(Jessica Hulett)은 “공화당 유권자들이 더 많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해 이번 법안이 모든 유권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오히려 공화당 지지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유권자 신분증 요건이 없던 시절에 등록한 고령층 유권자, 특히 공화당 지지층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미향 기자 [email protected]